세계를 담은 사진가의 여행
20세기 위대한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말했다. “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.” 3명의 사진가가 숨죽여 담아낸 결정적 순간, 동시에 여행자의 생경한 시야로 완성한 꿈의 여행지 속 풍경.
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서북쪽 맘모스 핫 스프링즈. 그림 같은 자태의 고목이 펼쳐진다.
NORTH AMERICA
이학 자연 사진가
자연은 늘 변화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는 여정은 순탄치 않다. 지독한 뇌우가 예고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일기예보를 접했을 때, 사진가는 황급히 장비를 싣고 약 1,600km의 먼 길을 내달았다. 그 끝에 도착한 곳은 맘모스 핫 스프링즈. 세계 최대 화산 지대 한편에 자리 잡은 이곳은 흡사 외계 행성과 같은 이색 지형과 울창한 숲, 강과 호수 등 대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촬영지로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과 만날 수 있다. 유독 온천수와 증기가 활발히 솟아오르던 날, 쓸쓸한 고목을 감싸는 물의 생명력은 여명을 머금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. 북미를 여행하면 자연으로, 그리고 야생으로 떠나야 한다. 오랜만에 밟는 흙, 세상과의 단절, 자취를 감춘 소음과 인파, 그리고 사라진 도시의 편의.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이들의 오랜 고민과 배려는 그 깊이만큼이나 생소하고 고생스러울 수 도 있다. 하지만 불편함이 편안함으로, 두려움이 경이로움으로 바뀔 때 자연은 조금씩 말하기 시작한다. 자연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. 변할 수 없는 여정표로는 깊은 감동에 다가갈 수 없다. 계획대로 되지 않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틀을 벗어난 모든 가능성에 관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열 수 있다.
1. 붉은빛으로 물든 캘리포니아의 모노 레이크.
2. 장엄한 풍광의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.